이거슨 지금으로부터 9년 전 고딩 시절의 이야기
그 시절 나에게 있어 최고의 PC게임은 바로 NBA LIVE 2000
이건 정말 농덕후인 나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던 게임이었는데
일단 그래픽 자체가 전작에 비해 엄청나게 나아진데다가
라이브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그그그그그그그그분이! 실명으로 등장하신 것.
라이브 시리즈에게 언제나 그분의 이름은 roster player였기 때문에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게임이었......는데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스포츠 게임을 할 때에는 일종의 강박증 같은 것이 있다는 것
그 강박증이라 함은...
"언제나 내 PC의 스포츠 게임 로스터는 최신 버젼으로 업뎃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게 어떤 거냐 하면은
다이너스티 모드(혹은 시즌 모드) 를 시작, 근성을 발휘해서
3일만에 직플로 15게임을 치러냈는데 갑자기 큰 트레이드가 터진 경우
다시 최신 로스터로 업뎃한 다음 처음부터 새롭게 근성을 발휘한다거나
또는, 군인이었던 시절 휴가를 나와 집에서 PES시리즈가 하고 싶어지면
골닷컴 등등을 뒤져 가며 몇시간여를 소모, 최신 이적을 반영한 후
게임은 고작 한 게임만하고 만다던가 뭐 이런...
암튼 뭐 이런 강박증이 있었는데
이런 나에게 당시 가장 중요했던 작업은 쾌적한 플레이를 위한 제반 패치 작업!
져지 패치부터 시작해서 경기장 패치, 선수 외모 패치 등등을 다운받아 깔아놓고
굉장히 뿌듯해하면서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늘 신경 쓰이던 선수가 한 명 있었음. 바로 이 사람

이 사람이 가장 신경 쓰였던 이유는 '아놔 너무 자주 바뀌어'
원정경기인 오늘은 왼쪽 팔꿈치에 검은색 아대만 달랑 차고 나오더니
홈경기인 오늘은 흰색 아대만 달랑 차고 나오고
한동안 홈 원정 안가리고 검은색 암슬리브를 차기 시작하더니
또 한동안은 흰색 암슬리브만 차고 나오고
흰색 혹은 검은색 헤드밴드를 하고 나오더니
또 어느날은 검빨 투컬러 헤드밴드를 하기도 하고
아...그 분처럼 늘 왼쪽 팔꿈치에 검은 아대,
오른쪽 종아리에 검빨 보호대만 하고 나오시면 을마나 좋아요...
기묘한 오기가 발동한 나는 오냐 너님이 이렇게 나오시면 나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가능한 선에서 이 사람이 나오는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기 시작했고
경기를 볼 수 없을 때는 사진이라도 늘 챙겨보기 시작했으며
자꾸 손이 가는게 어쩐지 억울해서 필라델피아로만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00-01시즌, 그 사람이 가장 빛났던 시절
한 시즌 내내 리그에서 가장 화려했고 가장 열정적이었며
가장 당당했고 그 당당함이 때로는 오만함으로 비춰지기도 했으며
그리고 가장 가치 있던 선수였던 시절
나는 그 이상한 강박증과 오기 덕분에
올스타전 MVP 수상 후 래리 브라운을 찾는 모습도
카터와 50점 쇼다운을 펼치던 모습도
밀워키와의 동부 결승에서 부상으로 신음하면서도 팀을 파이널에 올려놓는 모습도
넘어진 타이론 루를 성큼 넘어가는 모습도
촉촉히 젖은 눈시울로 맷 가이거 품에 안겨있는 모습도 모두 볼 수 있었는데
(사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강박증과 오기보단 이미 그 간지에 뻑간 것이었겠지)
막상 이제 코트에서 저 사람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그 시절 그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나간 버스에 대고 손 흔드는 격이려나
반지도 하나 없는 데다가 아직은 충분히 높은 레벨에서 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그를 원하는 팀이 없다는 충격적인 상황에서 내린 은퇴결정이 너무 아쉽지만
그런 그의 결정마저 당당하고 오만했던 그답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아쉬움을 덜 수 있을지도
아이버슨 씨, 수고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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